좋은 시

당신과 가는 길

시인묵객 2007. 12. 29. 23:55


 

 

 

 

 

 

 

당신과 가는 길    /   도종환

 

 

 

별빛이 쓸고 가는
먼 길을 걸어 당신께 갑니다.

 

모든 것을
다 거두어간 벌판이 되어
길의 끝에서 몇 번이고
빈 몸으로 넘어질 때

 

풀뿌리 하나로
내 안을 뚫고 오는
당신께 가는 길은
얼마나 좋습니까

 

이 땅의 일로
가슴을 아파할 때
별빛으로 또렷이 내 위에 떠서
눈을 깜빡이는
당신과 가는 길은
얼마나 좋습니까

 

동짓달 개울물 소리가
또랑또랑 살얼음 녹이며 들려오고
구름 사이로
당신은 보입니다.

 

바람도 없이 구름은 흐르고
떠나간 것들 다시 오지 않아도

내 가는 길 앞에
이렇게 당신은
있지 않습니까

 

당신과 가는 길은
얼마나 좋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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