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잎의 인연 / 도종환
몸 끝을 스치고 간 이는
몇이었을까
마음을 흔들고 간 이는
몇이었을까
저녁 하늘과 만나고 간 기러기
수만큼 이었을까
앞강에 흔들리던 보름달
수만큼 이었을까
가지 끝에 모여와 주는
오늘 저 수천 개 꽃잎도
때가 되면 비 오고 바람 불어
속절없이 흩어지리
살아 있는 동안은
바람 불어 언제나
쓸쓸하고 사람과 사람끼리
만나고 헤어지는
일들도 빗발과 꽃나무들 만나고
헤어지는 일과 같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