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강 / 임정일
강둑을 거슬러 오르다 보면
거기 노을이 붉게 타오르고
강물에 들어앉은 산 빛도 물줄기 따라
천천히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아버지 적 이야기
수천 년 침묵으로 흘러가고
짐벙거리던 날의 나룻배 수풀 속에
삐그덕 거리며 요람처럼 매어 있었다.
그 강물 위에,
한 사내의 부끄러운 삶이 떠밀려
부표처럼, 수면의 강을 가로질러
질주해 가는 것을 바라본다.
흔들리지 않는 수심의 깊이로
수없이 낙하하는 덧없는 나날들
강을 타고 웃음 웃는 시절 없는 바람에도
하늘은 붉게 물들고
나는 맨발을 하고 강둑에 서서
아버지 건너가신 나룻배에 훌쩍 몸을 싣고
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숨결 서린
침묵의 강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