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아름다운 편지

시인묵객 2007. 11. 12. 00:17


 

 

 

 

 

아름다운 편지

 

 

 

 

우수수...
건드리지 않아도,
가을이 떨어집니다.
노랗게 물든 사연을 가슴에 꼬옥 품고서...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물 드는 것이라고,
홀로 찬바람에 흔들리는 것이라고,
빈 원고지 같은 쓸쓸함이 나부끼는
가을 편지...

 

사랑함으로 오히려
아무런 말못하고 돌려보낸 어제,
다시 이르려 해도
그르칠까 차마 또 말못한 오늘,
가슴에 고인 말을 씁니다.

 

못 다한 말,
못 다한 사연,
가을의 앙상한 흰 뼈,
그리움으로 녹슨 햇빛 아래
바래져 가는 편지를 씁니다.

 

나는, 그대는,
어디서 떨어져 나온
마지막 잎사귀 같은 사연인지요.

 

끝내 빈칸으로 남은 사랑이여,
이별이 아름다운 가을이여,
서걱이는 갈대 갈피마다 꽂힌 마음이여,

 

오래오래 그리움을 씁니다.
오래오래,
가을을 씁니다.


 

 

박선희 시인의 <아름다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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