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에 쓰는 편지 / 이효녕
사랑이 내게 왔을 때
사랑을 지키기 위해
붉은 동백꽃으로 불을 켜고 싶은데
입술 없는 영혼 안에 숨어버립니다
생각만이 깊어지고 말하지 않는 밤
거기에 숨긴 그리움의 말이 있다면
아아 천만번 쏟아 붓고도
진홍의 노을로 불타는 사랑
오늘밤에 그대 그리워 편지를 씁니다
촛불 밑에 풀리는 나직이 습한 방
창 너머에 별이 떠서 침상에 뜨고 나면
내 눈물을 닦아줄 사람도 곁에 없는 이 시간
날마다 사랑함을 날마다 그리워함을
오늘밤에 마음의 편지를 씁니다
바람 부는 날에는 바람결에 실려
여기까지 돌아서 오는 사랑하는 당신
영혼의 밤 외출도 후련하게 하도록
삶의 먼 나그네 되어 편지를 씁니다
심장의 고요를 꺼버리고
마음이 깊게 잠드는 이 시간
내편이 되는 고요 위에 새기는 마음
내가 사랑하는 당신의 얼굴 그려보며
밤 기도에 이슬로 편지를 써서
돌고 돌아서 다시 오는 내 마음을
별빛에 띄어 부치려고
오늘밤에도 편지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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