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왜 그립지 않겠습니까

시인묵객 2008. 4. 21. 09:26


 

 

 

 

 

 

 

 

 

왜 그립지 않겠습니까  /   김현태

 

 

 

 

 

어찌 그럴 수 있겠습니까
낙엽 하나 뒤척거려도 내 가슴 흔들리는데
귓가에 바람 한 점 스쳐도

 

내 청춘 이리도 쓰리고 아린데

왜 눈물겹지 않겠습니까

 

사람과 사람은 만나야 한다기에
그저 한번 훔쳐본 것뿐인데

 

하루에도 몇 번이고
매스꺼운 너울 같은 그리움

왜 보고 싶은 날이 없겠습니까

 

하루의 해를 전봇대에 걸쳐놓고
막차에 몸을 실을 때면
어김없이 창가에 그대가 안녕  는데

 

문이 열릴 때마다
내 마음의 편린들은 그 틈 사이에서
오도가도 못하는데

왜 서러운 날이 없겠습니까

 

그립다는 말
사람이 그립다는 말
그 말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저 달빛은 오늘도 말이 없습니다

 

사랑한다면, 진정 사랑한다면
그저 멀리서 바라보며
두고두고 오래도록 그리워해야 한다는 말,
어찌 말처럼 쉽겠습니까

 

달빛은 점점 해를 갉아먹고
사랑은 짧고 기다림은 길어지거늘

 

왜 그립지 않겠습니까
왜 당신이 그립지 않겠습니까

 

비라도 오는 날에는
기댈 벽조차 그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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