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향수

시인묵객 2008. 4. 20. 10:10


 

 

 

      

 

 

      

 

      향수(鄕愁)    /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워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긴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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