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사랑한다는것

시인묵객 2007. 4. 23. 17:11

 

 


 

사랑한다는 것

 

안도현

 

길가에 민들레 한송이 피어나면
꽃잎으로 온 하늘을 다 받치고 살듯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오직 한 사람을 사무치게 사랑한다는 것은

이 세상을 전체를
비로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차고 맑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고
우리가 서로 뜨겁게 사랑한다는 것은

그대는 나의 세상을
나는 그대의 세상을

함께 짊어지고
새벽을 향해 걸어가겠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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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김후란

 

어딘지 모를 그곳에
언젠가 심은 나무 한 그루
자라고 있다.


높은 곳을 지향해
두 팔을 벌린

아름다운 나무
사랑스런 나무
겸허한 나무


어느 날 저 하늘에
물결치다가

잎잎으로 외치는
가슴으로 서 있다가

때가되면
다 버리고
나이테를
세월의 언어를

안으로 안으로 새겨넣는
나무


그렇게 자라나는 나무이고 싶다.

나도 의연한 나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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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거들랑 ... "

 
 
늙은이가 되거들랑 설치지 마소
미운 소리 우는 소리 헐뜯는 소리
그리고 군소리랑 아예 도 마소
그저 그저 남의 일에 칭찬만 하소
묻거들랑 가르쳐 주기는 해도
알고도 모른 척 어수룩 하소
그렇게 사는 것이 평안 하다오

이기려 하지 마소, 져주시구려
어차피 신세 질 이 몸인 것을...
젊은이 들에게는 꽃 안겨 주고
한 걸음 물러서서 양보하는 게
원만히 살아가는 비결이라오
언제나 감사함 잊지를 말고
어디서나 언제나 "고마워요"뿐

돈, 돈의 욕심을 버리시구려
아무리 많은 돈 가졌다 해도
죽으면 가져갈 수 없는 거라오
"그 사람 참으로 좋은 분이었지"
그렇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게
살아 있는 동안에 많이 뿌리소
산더미 같이 큰 덕을 쌓으시구려

그렇지만 그것은 겉 이야기지
정말은 돈을 놓치지 마소
죽을 때까지 꼭꼭 잡아야 하오
남들에게 구두쇠 소리 들을지언정
돈이 있으므로 나를 돌보고
모두가 받들어 모셔 준다니
우리끼리 얘기지만 사실이라오...

지난날 일들일랑 모두 다 잊고
탄식도, 자랑도 하지를 마소
우리들의 시대는 지나갔으니,
아무리 버티려고 애를 써봐도
이 몸이 마음대로 되지를 않소
"그대는 훌륭해, 나는 아니야"
그러한 마음으로 지내시구려

나의 자녀, 나의 손자 그리고 이웃
누구에게도 우러러 뵈는
참한 늙은이로 살으시구려
그렇다고 멍청하면 더 안 된다오
그러기 위해 두뇌도 세탁을 하고
멋진 삶인 한가지 취미도 가꿔
모쪼록 오래오래 살으시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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