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그리운 당신이 오신 다니

시인묵객 2008. 3. 15. 08:28


 

 

 

 

 

그리운 당신이 오신 다니 - 안도현

 

 

 

어제도
나는 강가에 나가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당신이 오시려나 하고요

 

보고 싶어도
보고 싶다는 말은 가슴으로 눌러두고
당신이 계시는 쪽
하늘 바라보며 혼자 울었습니다

 

강물도 제 울음소리를 들키지 않고
강가에 물 자국만 남겨 놓고 흘러갔습니다 

 

당신하고 떨어져 사는 동안
강둑에 철마다 꽃이 피었다가 져도
나는 이별 때문에 서러워하지 않았습니다

 

꽃 진자리에는
어김없이 도란도란 열매가 맺히는 것을
해마다 나는 지켜보고 있었거든요

 

이별은 풀잎 끝에 앉았다가 가는 물잠자리의 날개처럼
가벼운 것임을 당신을 기다리며 알았습니다

 


 

 

 

 

 

물에 비친 산 그림자 속에서
들려오던 그 뻐꾸기 소리가 당신이었던가요

 

내 발끝을 마구 간질이던
그 잔물결들이 당신이었던가요

 

온종일 햇볕을 끌어안고 뒹굴다가 몸이 따끈따끈해진
그 많은 조약돌들이 아아, 바로 당신이었던가요

 

당신을 사랑했으나
나는 한번도 당신을 사랑한다 말하지 못하고
오늘은 강가에 나가 쌀을 씻으며 당신을 기다립니다

 

당신 밥 한 그릇 맛있게 자시는 거 보려고요
숟가락 위에 자반고등어 한 점 올려 드리려고요

 

거 참 잘 먹었네 그 말씀 한 마디 들으려고요
그리운 당신이 오신 다니 그리운 당신이 오신 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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