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대 / 김묘숙
태어날 때부터
삶의 의미를 알고 태어나지 않았네.
강물에 쓰러진 술병처럼 허우적거리는
녹엽의 삶, 무엇을 바라 흔들리고
날마다 뒤채며 꺾이는 우리
다만 잃어서는 안 될 몇몇 상실을 떠올리며
그 섬을 찾아 나서네.
제마다 가을의 정취로 무르익어 가는 계절
수고론 삶을 갈무리하며
무엇인가 또 허전함에 한잔의 고뇌를 마시며
차디찬 의식의 날 서걱거린다.
생을 사랑한 열정이
점점이 바래지는 황혼 녁
홀씨마저 제 갈 길로 날려 보내는
쓸쓸한 갈잎이 너울너울 춤을 추는 것은
노을 진 하늘 저편
잉태된 우리의 초록 꿈별이 무수히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