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오세영
불꽃처럼 남김없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스스로 선택한 어둠을 위해서
마지막 그 빛이 꺼질 때,
유성처럼 소리 없이
이 지상에 깊이 잠든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허무를 위해서 꿈이
찬란하게 무너져 내릴 때
젊은 날을 쓸쓸히 돌이키는 눈이여
안쓰러워 마라
생애의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
사랑은 성숙하는 것
환히 밝아 오는 어둠 속으로
시간의 마지막 심지가 연소할 때
눈 떠라 절망의 그 빛나는 눈
-시집 ‘수직의 꿈/시월, 2008’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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