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노래 / 이해인
하얀 배추 속같이
깨끗한 내음의 12월에
우리는 월동 준비를 해요
단 한마디의 진실을 말하기 위하여
헛말을 많이 했던
반말을 많이 했던
우리의 지난날을 잊어버려요
때로는 마늘이 되고
때로는 파가 되고
때로는 생강이 되는
사랑의 양념
부서지지 않고는
아무도 사랑할 수 없음을
다시 기억해요
함께 있을 날도
얼마 남지 않은 우리들의 시간
땅 속에 묻힌 장독처럼
자신을 통째로 묻고나서
하늘을 보아야 해요
얼마쯤의 고독한 거리는
항상 지켜야 해요
-시집 '고운 새는 어디에 숨었을까/샘터,2001'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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