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12월의 노래/ 이해인

시인묵객 2016. 12. 6. 08:00

 

 

 

 

 

12월의 노래 / 이해인

 

하얀 배추 속같이

깨끗한 내음의 12월에

우리는 월동 준비를 해요

 

단 한마디의 진실을 말하기 위하여

헛말을 많이 했던

반말을 많이 했던

우리의 지난날을 잊어버려요

 

때로는 마늘이 되고

때로는 파가 되고

때로는 생강이 되는

사랑의 양념

 

부서지지 않고는

아무도 사랑할 수 없음을

다시 기억해요

 

함께 있을 날도

얼마 남지 않은 우리들의 시간

 

땅 속에 묻힌 장독처럼

자신을 통째로 묻고나서

하늘을 보아야 해요

얼마쯤의 고독한 거리는

항상 지켜야 해요

 

-시집 '고운 새는 어디에 숨었을까/샘터,2001'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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