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기도/ 목필균
마지막 달력을 벽에 겁니다
얼굴에 잔주름 늘어나고
희 머리카락이 더 많이 섞여있고
마음도 많이 낡아져가며
무사히 여기까지 걸어 왔습니다
한 치 앞도 모른다는 세상살이
일초의 건너뜀도 용서치 않고
또박또박 품고 온 발자국의 무게
여기다 풀어 놓습니다
제 얼굴에 책임 질줄 알아야 한다는
지천명으로 가는 마지막 한 달은 숨이 찹니다.
겨울바람 앞에도
붉은 입술 감추지 못하는 장미처럼
질기게도 허욕을 쫓는 어리석은 나를
묵묵히 지켜보아주는 굵은 나무들에게
올해 마지막 반성문을 써 봅니다
추종하는 신은 누구라고 이름 짓지 않아도
어둠 타고 오는 아득한 별빛같이
날마다 몸을 바꾸는 달빛 같이
때가 되면 이별한 줄 아는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의 기도로 12월을 벽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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