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숨은 꽃

시인묵객 2014. 2. 9. 19:30

 

 

 

 

 

 

숨은 꽃 / 김 혜 숙

 

 

제일 처음 발견한 자에게만

하나의 커다란 놀라움이 되고 싶어

나는 항상 숨어 사는 꽃이어요

 

가까이 다가와

허리 굽혀 들여다보는 자에게만

흐뭇한 위안이 되고자

나는 언제나 숨죽이고 있는 향기여요

 

애써 찾는 자에게만

그 눈에 뜨이고 싶은

나는 제일로 키 작은 꽃이어요

아주 미미한 죄끄만 꽃이어요

 

그러나 나는 또

늘 눈뜨고 있는 꽃이어요

아, 나는

당신에게서만 이름을 지어 받고 싶은

 

그래서

아직은

이름도 갖지 못한 꽃이어요

 

 

(·시인,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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