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꽃 / 김 혜 숙
제일 처음 발견한 자에게만
하나의 커다란 놀라움이 되고 싶어
나는 항상 숨어 사는 꽃이어요
가까이 다가와
허리 굽혀 들여다보는 자에게만
흐뭇한 위안이 되고자
나는 언제나 숨죽이고 있는 향기여요
애써 찾는 자에게만
그 눈에 뜨이고 싶은
나는 제일로 키 작은 꽃이어요
아주 미미한 죄끄만 꽃이어요
그러나 나는 또
늘 눈뜨고 있는 꽃이어요
아, 나는
당신에게서만 이름을 지어 받고 싶은
그래서
아직은
이름도 갖지 못한 꽃이어요
(·시인,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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