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겨울 만다라

시인묵객 2014. 2. 5. 19:30

 

 

 

 

 

 

겨울 만다라 / 임 영 조

 

 

 

대한 지나 입춘 날

오던 눈 멎고 바람 추운 날

빨간 장화 신은 비둘기 한 마리가

눈 위에 총총총 발자국을 찍는다.

 

세상 온통 한 장의 수의에 덮여

이승이 흡사 저승 같은 날

압정 같은 부리로 키보드 치듯

언 땅을 쿡쿡 쪼아 햇볕을 파종한다.

 

사방이 일순 다냥하게 부풀어

내 가슴속 빈터가 확 넓어지고

먼 마을 풍매화 꽃 벙그는 소리

들린다, 참았던 슬픔 터지는 소리

하얀 운판을 쪼아 또박또박 시 쓰듯

한 끼의 양식을 찾는 비둘기

하루를 헤집다 공친 발만 시리다

 

아니다, 잠시 소요하듯 지상에 내려

요기도 안 될 시 몇 줄만 남기면 되는

오, 눈물겨운 노역의 작은 평화여

저 정경 넘기면 과연 공일까?

 

혼신을 다해 사바를 노크하는

겨울 만다라!

 

(·시인, 1943-)

 

 

*. 만다라

 

밀교(密敎)에서 발달한 상징의 형식을 그림으로 나타낸 불화(佛畵).

신성한 단(壇:성역)에 부처와 보살을 배치한 그림으로

우주의 진리를 표현한 것입니다.

 

 

*. 자연의 만다라

하늘을 보면 푸르고 아득한 지평선이 바로 자연의 만다라 입니다.

밤하늘에 수없는 별들이 만다라의 모습이며,

낮에는 태양이 대일여래 이며,

만다라 중심에 대일여래의 모습을 그려져 있음이며,

밤에는 달이 만다라의 모습입니다.

높은 산에 올라 아래의 작은 산들이 갖가지 모습은

만다라 밖의 그림에 속하는 보살의 그림과

일체천신들과 신장들의 모습인 것입니다.

숲에 들어가면 모든 나무와 바위와

계곡의 물들도 만다라를 장엄하는 모습들입니다.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14.02.08
첫사랑  (0) 2014.02.07
입춘의 노래  (0) 2014.02.04
2월의 시  (0) 2014.02.03
희망에게  (0) 2014.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