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 / 이 외 수
기러기 울음소리가
하늘을 청명하게 비우고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달빛을 눈부시게 만들면
바람에 실어 보낸 그리움의 언어들은
그리움의 언어들끼리 모여
달빛에 반짝이는 詩가 된다.
아무리 멀리 있어도 안타까운 사랑도
아무리 벽이 높아 닿지 못할 사랑도
가을 들녘에 모여 꽃이 된다.
바람이 전하는 한 소절의 속삭임에도
물결같이 설레이며
흔들리는 꽃이 된다.
이름 하여 들국화다.
진실한 자는 아직도 눈물이 남아 있고,
눈물이 남아 있는 자에게는
고통을 굳게 껴안을
순수가 남아 있다.
어쩌자고 하늘은 저리 높은가
이 풍진 세상에 가을빛 짙어
날아가는 기러기 발목에
그대 눈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