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단풍나무

시인묵객 2012. 11. 19. 19:30

 

 

 

 

단풍나무 / 김 현 주

 

 

단풍나무, 붉게 물들고 있었지요

이렇게 사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사는 것이 아니었다

 

부끄러운 날들 이어지더니

가을이 오고 말았지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던 나는

산에 올라 못되게도

단풍나무에게 다 뱉어내

버렸지요 내 부끄러운 마음

 

내려오다 뒤돌아보니

아, 단풍나무,

고만, 온몸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데요

 

내 낯빛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뻔뻔해질수록

가을산마다, 단풍나무

붉게 붉게 물들고 있었지요

 

(·시인, 전북 전주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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