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나무

시인묵객 2012. 11. 17. 19:30

 

 

 

나 무 / 임 보

 

 

나무는

한 자리에 서 있어도

잎으로 끝없는 바람의 노를 저어

푸른 입김을 대기에 가득 심는다.

 

나무는

기교의 손이 없어도

긴 여름 먼 일광(日光)의 끈들을 뽑아

생명의 주머니를 곱게 짠다.

 

그대 보고 듣고 움직이는

교만한 자여,

나무는

발도

눈도

귀도 없이

그대가 서 있는 바로 여기까지

이렇게 이미 와 있다.

 

 

(시인,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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