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그리움이 길이 되어

시인묵객 2011. 4. 7. 16:29


 

 

 

 

 

 

 

 

 

그리움이 길이 되어 / 이 정 하

 

 

 

 

 

비가 내립니다.

언제나 그렇듯 헤어질 시간은

빨리 다가오기 마련이지요.

 

그대도 아쉬운 듯 쓸쓸한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애써 그 표정을 우산 속에 감추고 있었지만

우리 언제 다시 만날 것인가는

나는 일부러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그대가 약속할 수 없다는 것,

너무나 잘 알고 있었으므로

나는 다만 이 비가 언제 멈출 것인가

하늘만 올려다보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약속할 수 없는 그대의 마음은 더욱 아프겠지요.

다시 만날 기약 없이 헤어지는 당신인들

어디 마음이 편하겠어요.

하지만 난 믿고 있습니다.

약속은 없어도 우리 곧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것을.

 

내가 그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그대로 길이 되어

그대에게 이르게 해줄 것이라고.

이 비가 언제 그칠 가는 장담 못하지만

언젠가는 그치게 마련이듯

우리 마음이 있는 한

당신과 나는 만나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비가 내립니다.

당신이 가고 난 지금,

비는 더 세차게 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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