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회 상

시인묵객 2010. 12. 15. 16:54


 

 

 

 

 

 

 

회  상   /   조 병 화

 

 

 

 

꽃 속에서 바스라 지는 웃음소리에
볼근 가슴을 비벼대던 아 젊은 날은
나와는 제일 먼 곳에서
사연 많은 긴긴 편지만 보내고 있어

 

편지 안에 흐트러진 긴 이야기엔
이렇다 할 아까운 사람이 있어서가 아니건만
먼 먼 호수 가를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

 

낙엽을 말아 낙엽을 피워
보얀 연기 속에 누워야 한다
슬픔이 오고 가는 모퉁이에 선 작별을 하여야 했다
긴 세월 속에 어린 나를 보내야 했다
아름다운 나의 목숨을 바칠 그러한 사람이 없어도
긴 세월 속에 나는 나를 묻어야 한다

 

오늘도 꽃 속에서 바스라 지는 웃음소리가 들려
볼근 가슴을 피어 올리던
저 하늘가 가까이 또 하나오지 못할
사연의 긴 편지가 떨어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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