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그 박명(薄明)의 숨소리 / 박 종 영
첫새벽의 신처럼 하얀 가슴으로 숨어든다.
어느 때는 겸허한 침묵의 눈물로 낮게 흐르면서
그리움으로 간지럼 타는 나무의 사랑을 엿듣기도 한다.
훌쩍 한 바퀴 산천을 돌아 와서도
아직 싱싱한 물방울로 보챈다.
으스대며 제 심장을 송두리째 꺼내 보이며
바로 채워지는 흔적을 잡아 보라 한다.
그럴 때마다 갈 곳 잃은 작은 미소의 물방울들이
찬 기운으로 뭉쳐 높고 낮음이 없는 지평에서 나래를 편다.
이쯤 새벽은 안개의 평원을 거닐며 어떤 하루를 궁리할까?
강을 건너는 바람의 심술이 불어오기 전에
서둘러 사랑을 안기고 사라지는 아침 햇살을 담아올까?
부서지는 빛살 위에 밋밋한 웃음으로 퍼지는 안개꽃,
산비탈 망개나무 가시 얼굴에도
해송 그늘 받치고 핀 쑥부쟁이 마른 허리에도
모래 바람 눈물겨운 해국의 짓 물린 가슴앓이에도
한 움큼 눈 개비 뿌리고 넘어가는 등 시린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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