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나무-김용택 시의 향기
푸른 나무 1 / 김 용 택
막 잎 피어나는
푸른 나무 아애 지나면
왜 이렇게 그대가 보고 싶고
그리운지
작은 실가지에 바람이라도 불면
왜 이렇게 나는
그대에게 가 닿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는지
생각에서 돌아서면
다시 생각나고
암만 그대 떠올려도
목이 마르는
이 푸르러지는 나무 아래.
푸른 나무 2
소쩍새 우는 사연
너를 부르러 캄캄한 저 산들을 넘어
다 버리고 내가 왔다
아무도 부르지 않는
그리운 너의 이름을 부르러
어둔 들판 바람을 건너
이렇게 내가 왔다
이제는 목놓아 불러도
없는 사람아
하얀 찔레꽃 꽃잎만
봄바람에 날리며
그리운 네 모습으로 어른거리는
미칠 것같이 푸르러지는
이 푸른 나뭇잎 속에
밤새워 피를 토하며
내가 운다.
푸른 나무 3
나무야 푸른 나무야
나는 날마다
너의 그늘 아래를 두 번씩 지난다
해가 뜰 때 한 번
그 해가 질 때 한 번
걷다가 더울 때 나는 너의 뿌리에 앉아
너의 서늘한 피로 땀이 식고
눈보라칠 땐 네 몸에
내 몸을 다 숨기고
네 더운 피로 내 몸을 덥히며
눈보라를 피했다
나무야
잎 하나 없는 잔가지 그림자만
맨땅에 떨어져 있어도
언제나 내겐 푸르른 나무야
내가 서러울 때
나도 너처럼 찬바람 가득한
빈 들판으로 다리를 뻗고
달이 구름 속에 들 때 울었다
목놓아 운 적도 있었단다 나무야
푸른 나무야
우리 마을이 네게서 시작되고
네게서 끝나듯이
내 삶의 기쁨도
네게서 시작되고
네게서 이루어졌다.
오늘은 나와 함께 맘껏 푸르른 나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