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푸른 나무

시인묵객 2009. 4. 23. 10:51


 

 

 

 

 

 

 푸른 나무-김용택 시의 향기 


 

 

푸른 나무 1   /    김 용 택

 

막 잎 피어나는

푸른 나무 아애 지나면

왜 이렇게 그대가 보고 싶고

그리운지

작은 실가지에 바람이라도 불면

왜 이렇게 나는

그대에게 가 닿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는지

생각에서 돌아서면

다시 생각나고

암만 그대 떠올려도

목이 마르는

이 푸르러지는 나무 아래.

 

 

 

 

푸른 나무 2

 

 

소쩍새 우는 사연

 

너를 부르러 캄캄한 저 산들을 넘어

다 버리고 내가 왔다

아무도 부르지 않는

그리운 너의 이름을 부르러

어둔 들판 바람을 건너

이렇게 내가 왔다

이제는 목놓아 불러도

없는 사람아

하얀 찔레꽃 꽃잎만

봄바람에 날리며

그리운 네 모습으로 어른거리는

미칠 것같이 푸르러지는

이 푸른 나뭇잎 속에

밤새워 피를 토하며

내가 운다.

 

 

 

 

푸른 나무 3

 

나무야 푸른 나무야

나는 날마다

너의 그늘 아래를 두 번씩 지난다

해가 뜰 때 한 번

그 해가 질 때 한 번

 

걷다가 더울 때 나는 너의 뿌리에 앉아

너의 서늘한 피로 땀이 식고

눈보라칠 땐 네 몸에

내 몸을 다 숨기고

네 더운 피로 내 몸을 덥히며

눈보라를 피했다

나무야

잎 하나 없는 잔가지 그림자만

맨땅에 떨어져 있어도

언제나 내겐 푸르른 나무야

내가 서러울 때

나도 너처럼 찬바람 가득한

빈 들판으로 다리를 뻗고

달이 구름 속에 들 때 울었다

목놓아 운 적도 있었단다 나무야

푸른 나무야

우리 마을이 네게서 시작되고

네게서 끝나듯이

내 삶의 기쁨도

네게서 시작되고

네게서 이루어졌다.

 

오늘은 나와 함께 맘껏 푸르른 나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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