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별한 후에 / 설란 백덕순
이별한 후에
눈물 철철 흘리며 그려낸
내 마음이 자라서
어둠의 가슴마다
등불이 될 수 있다면
한 번 울어 볼 일이다
기쁠 때나 슬플 때
콩닥거리던 심장 가운데
이별 시 한 편 그려 넣고
이름 석 자 남기는 일이
사랑하는 일보다
시인이 가야 할 길이라면
꼭 한번 울어 볼 일이다
세월 가도
오늘 모습 그날처럼
너울거리는 옥빛 바다
갯바람 잦아드는 뱃머리에서
이별보다 슬픈 뱃고동소리
갈매기 줄지어
가던 길 멈추고 울어 준다면
나도 오던 길 멈추고
크게 한 번 울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