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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편지 / 박선희
우수수...
건드리지 않아도,
가을이 떨어집니다.
노랗게 물든 사연을 가슴에 꼬옥 품고서...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물 드는 것이라고,
홀로 찬바람에 흔들리는 것이라고,
빈 원고지 같은 쓸쓸함이 나부끼는
가을 편지...
사랑함으로 오히려
아무런 말 못하고 돌려보낸 어제,
다시 이르려 해도
그르칠까 차마 또 말 못한 오늘,
가슴에 고인 말을 씁니다.
못다한 말,
못다한 사연,
가을의 앙상한 흰 뼈,
그리움으로 녹슨 햇빛 아래
바래져가는 편지를 씁니다.
나는, 그대는,
어디서 떨어져나온
마지막 잎사귀 같은 사연인지요.
끝내 빈 칸으로 남은 사랑이여,
이별이 아름다운 가을이여,
서걱이는 갈대 갈피마다 꽂힌 마음이여,
오래오래 그리움을 씁니다.
오래오래,
가을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