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아름다운 편지

시인묵객 2007. 11. 28. 09:05


 

 

 

 

 

 

 

 

아름다운 편지  /  박선희

 

 

 

 

 

우수수...
건드리지 않아도,
가을이 떨어집니다.
노랗게 물든 사연을 가슴에 꼬옥 품고서...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물 드는 것이라고,
홀로 찬바람에 흔들리는 것이라고,
빈 원고지 같은 쓸쓸함이 나부끼는
가을 편지...

 

사랑함으로 오히려
아무런 말 못하고 돌려보낸 어제,
다시 이르려 해도
그르칠까 차마 또 말 못한 오늘,
가슴에 고인 말을 씁니다.

 

못다한 말,
못다한 사연,
가을의 앙상한 흰 뼈,
그리움으로 녹슨 햇빛 아래
바래져가는 편지를 씁니다.

 

나는, 그대는,
어디서 떨어져나온
마지막 잎사귀 같은 사연인지요.

 

끝내 빈 칸으로 남은 사랑이여,
이별이 아름다운 가을이여,
서걱이는 갈대 갈피마다 꽂힌 마음이여,

 

오래오래 그리움을 씁니다.
오래오래,
가을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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