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차라리 당신

시인묵객 2007. 7. 22. 01:29


 

 

 

 

 

차라리 당신을 잊고자 할 때 / 도 종환

 

 

 

 

차라리 당신을 잊고자 할 때
당신은 말없이 제게 오십니다..
차라리 당신에게서 떠나고자 할 때
당신은 또 그렇게 말없이 제게 오십니다..


남들은 그리움을 형체도 없는 것이라 하지만
제게는 그리움도 살아있는 것이어서
목마름으로 애타게 물 한잔을 찾듯
목마르게 당신이 그리운 밤이 있습니다..


절반은 꿈에서 당신을 만나고
절반은 깨어서 당신을 그리며
나뭇잎이 썩어서 거름이 되는 긴 겨울동안
밤마다 내 마음도 썩어서 그리움을 키웁니다..


당신 향한 내 마음
내 안에서 물고기처럼 살아 펄펄 뛰는데
당신은 언제쯤 온 몸 가득 물이 되어 오십니까..
서로다 가져갈 수 없는 몸과 마음이
언제쯤 물에 녹듯 녹아서 하나되어 만납니까..

 

차라리 잊어야 하리라 마음을 다지며
쓸쓸히 자리를 펴고 누우면
살에 닿는 손길처럼 당신은 제게 오십니다..


삼백 예순 밤이 지나고 또 지나도
꿈 아니고는 만날 수 없어
차라리 당신 곁을 떠나고자 할 때
당신은 바람처럼 제게로 불어오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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