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안부가 그리운 날

시인묵객 2007. 4. 19. 00:14


 

 

안부가 그리운 날 / 양현근


사는 일이 쓸쓸할수록
두어 줄의 안부가 그립습니다
마음 안에 추절 추절 비 내리던 날
실개천의 황토 빛 사연들
그 여름의 무심한 강 역에
지즐대며 마음을 허물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를 완전하게 벗는 일이라는 걸

나를 허물어 너를 기다릴 수 있다면
기꺼이 죽으리라고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내릴 거라고

사는 일보다
꿈꾸는 일이 더욱 두려웠던 날들
목발을 짚고 서 있던
설익은 시간조차도 사랑할 줄 모르면서
무엇인가 담아낼 수 있으리라
무작정 믿었던 시절들
그 또한 사는 일이라고

눈길이 어두워질수록
지나온 것들이 그립습니다
터진 구름 사이로
며칠 째
먹 가슴을 통째로 쓸어 내리던 비가
여름 샛강의 허리춤을 넓히며
몇 마디 부질없는 안부를 묻고 있습니다

잘 있느냐고.

 


 

사랑하는 사람아  /  김춘경

 

 

문득 인생의 무게가
무겁다고 느껴지는 날이면
우리 함께 바다로 가자
실오라기 하나 남기지 말고
짠물에 벗어 던지자

세월을 묻어 둔 만큼
간이 배인 그 바다에
부표(浮漂)처럼 떠오르는 날들
짜디 짠 소금기에 적신 채
절반의 햇살을 그리워 해 보자

사랑하는 사람아
설령 반쪽만 마른다 해도
슬퍼하지 말지어다
어설픈 생의 절반은 언제나
그 바다에 있으리니

보고프면 달려가리라
너른 바다 한가운데
태양처럼 반짝이는 그리움
그대의 사랑 있으리니
내 기쁜 몸으로 적셔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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