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하얀 겨울의 노래 / 오광수

시인묵객 2016. 1. 3. 08:00

 

 

 

 

하얀 겨울의 노래 /오광수

 

 

겨울에는 하얀 눈이 있어 좋습니다.

하얀 눈꽃이 조용히 내리면

매섭게 설치던 찬바람도

아침에 보이던 산새들도

덩달아 가만히 숲으로 와서

사락 사락 노래를 들으며 쉬다 갑니다.

 

겨울에는 하얀 노래가 더 좋습니다.

두 손을 입에다 호호 모으고

가만히 혼자서 부르면

하얀 입김으로 피어올라

처마 끝 고드름 녹는 소리와

살랑살랑 박자를 맞추며 날아갑니다.

 

겨울에는 봄을 기다려서 좋습니다.

하얀 목련이 마당에 필 때면

조용히 잠자던 봄바람도

숨었던 화사한 꽃노래도

은근히 우리네 곁으로 와서

두근두근 사랑의 가슴을 두드립니다.

 

겨울에는 내 님 마중가기 좋습니다.

강물이 추워서 서로 안으면

님이 부르시는 노래라도

멀리서 희미한 모습이라도

들리든 보이든 그날이라면

걸음 걸음 날으듯 저 강을 건너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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