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겨울의 노래 /오광수
겨울에는 하얀 눈이 있어 좋습니다.
하얀 눈꽃이 조용히 내리면
매섭게 설치던 찬바람도
아침에 보이던 산새들도
덩달아 가만히 숲으로 와서
사락 사락 노래를 들으며 쉬다 갑니다.
겨울에는 하얀 노래가 더 좋습니다.
두 손을 입에다 호호 모으고
가만히 혼자서 부르면
하얀 입김으로 피어올라
처마 끝 고드름 녹는 소리와
살랑살랑 박자를 맞추며 날아갑니다.
겨울에는 봄을 기다려서 좋습니다.
하얀 목련이 마당에 필 때면
조용히 잠자던 봄바람도
숨었던 화사한 꽃노래도
은근히 우리네 곁으로 와서
두근두근 사랑의 가슴을 두드립니다.
겨울에는 내 님 마중가기 좋습니다.
강물이 추워서 서로 안으면
님이 부르시는 노래라도
멀리서 희미한 모습이라도
들리든 보이든 그날이라면
걸음 걸음 날으듯 저 강을 건너렵니다.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여행/ 유현숙 (0) | 2016.01.09 |
---|---|
그해 겨울 역/ 고경숙 (0) | 2016.01.07 |
한해가 저무는 창가에서 / 지소영 (0) | 2015.12.31 |
기다림 / 조지훈 (0) | 2015.12.30 |
농가월령가/ 12월 (0) | 2015.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