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여행 / 유현숙
산바람이 차다는 한계령에서 온 메시지입니다
덕장에 널린 명태들의 떼울음을 듣습니다,
강원江原의 겨울을 엿듣습니다
그가 안고 떠난 울음입니다
동쪽에서 들려온 이 울음을 길게 펼쳐 드는 동안
나뭇가지는 야위어갔고 내 목청은 다 닳았습니다
날 저물어 山집에 든 그는 이 울음을 갈아 글씨를 씁니다
깊은 그믐의 밤입니다
떨어져 앉은 사람들이 떨어져 앉은 채로 잠들지 못합니다
나무 향이 쌓이는 처처悽悽한 산골에다 그를 풀어놓는 그가 있고
불빛 작은 이 누옥에다 나를 풀어놓는 내가 있습니다
마을에는 그저 흰 눈이 내렸으며 아침은 더디게 오고 있습니다
각수刻手는 아직도 산벚 나무 목판에다 칼질을 하고 있겠지요
찻물만 따르는 한겨울, 거기도 여기도
깊디깊은 강원의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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