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봄 일기 / 이해인

시인묵객 2015. 4. 6. 19:30

 

 

 

 

 

봄 일기 / 이해인

 

 

지난겨울

추위의 칼로 상처받은 아픔,

육교의 낡은 층계처럼

삐꺽이는 소리를 내던 삶의 무게도

지금은 그대로 내 안에 녹아 흐르는

눈물이 되었나 보다

 

이 눈물 위에서

생명의 꽃을 피우는

미나리 빛깔의 봄

 

잠시 일손을 멈추고

어린이의 눈빛으로

하늘과 언덕을 바라보고 싶다

냉이꽃만한 소망의 말이라도

이웃과 나누고 싶다

 

봄에도 바람의 맛은 매일 다르듯이

매일을 사는 내 마음의 빛도

조금씩 다르지만

쉬임없이 노래했었지

 

쑥처럼 흔하게 돋아나는

일상의 근심 중에도

희망의 향기로운 들꽃이

마음속에 숨어 피는 기쁨을

 

언제나 진달래 빛 설레임으로

사랑하는 이를 맞듯이

매일의 문을 열면

안으로 조용히

빛이 터지는 소리

봄을 살기 위하여

내가 열리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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