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일기 / 이해인
지난겨울
추위의 칼로 상처받은 아픔,
육교의 낡은 층계처럼
삐꺽이는 소리를 내던 삶의 무게도
지금은 그대로 내 안에 녹아 흐르는
눈물이 되었나 보다
이 눈물 위에서
생명의 꽃을 피우는
미나리 빛깔의 봄
잠시 일손을 멈추고
어린이의 눈빛으로
하늘과 언덕을 바라보고 싶다
냉이꽃만한 소망의 말이라도
이웃과 나누고 싶다
봄에도 바람의 맛은 매일 다르듯이
매일을 사는 내 마음의 빛도
조금씩 다르지만
쉬임없이 노래했었지
쑥처럼 흔하게 돋아나는
일상의 근심 중에도
희망의 향기로운 들꽃이
마음속에 숨어 피는 기쁨을
언제나 진달래 빛 설레임으로
사랑하는 이를 맞듯이
매일의 문을 열면
안으로 조용히
빛이 터지는 소리
봄을 살기 위하여
내가 열리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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