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제엽서가 왔네 / 문 성 해
사흘 전 소인이 찍힌 관제엽서가 왔네
봉투도 걸치지 못한 관제엽서가 왔네
빗물에 번진 이 글자들은
바람도 해도 밤도 다 들여다본 글자들
사흘간 너무도 많이 읽힌 사연들
통풍이 잘된 글자들 위로
지나가던 비도 한 획을 그어놓았네
누군가의 꼬질한 지문도 다녀갔네
이 엽서는
꼭 내게만 온 게 아닌 듯했네
어딘가로 흘러가는 중인 듯했네
바람 이는 창문턱에 앉아
나도 얼른 읽었네
종이배처럼 놓아주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