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관제엽서가 왔네

시인묵객 2014. 5. 23. 19:30

 

 

 

관제엽서가 왔네 / 문 성 해

 

사흘 전 소인이 찍힌 관제엽서가 왔네

봉투도 걸치지 못한 관제엽서가 왔네

 

빗물에 번진 이 글자들은

바람도 해도 밤도 다 들여다본 글자들

사흘간 너무도 많이 읽힌 사연들

 

통풍이 잘된 글자들 위로

지나가던 비도 한 획을 그어놓았네

누군가의 꼬질한 지문도 다녀갔네

 

이 엽서는

꼭 내게만 온 게 아닌 듯했네

어딘가로 흘러가는 중인 듯했네

 

바람 이는 창문턱에 앉아

나도 얼른 읽었네

종이배처럼 놓아주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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