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한 잎사귀 / 송 종 규
꽃을 줄 걸 그랬네, 별을 줄 걸 그랬네,
손가락 반지 바닷가 사진기 비행기 표,
너에게 못준 게 너무 많은
뜨거운 여름도 가고
낙타 사막 비단 길 안나푸루나 미니스커트 그리고 당신,
가지고 싶은 게
너무 많은 가을도 지나가네
오렌지를 줄 걸 그랬네, 바이올린을 줄 걸 그랬네,
순록의 뿔 구름의 둥근 허리 설산의 한나절,
그리고 고봉밥 아랫목 여객선 크레파스 세모난 창,
너에게 못준 게 너무 많은 아침의 호숫가에서
미루나무 두꺼운 페이지 속에서 말들이 튀밥처럼 싹을 틔울 때
나는 시리고 아픈 제목들을 받아서 적는 다네
손가락이 아프도록 쓰고 또 지운다네
너에게 주고 싶은 한 우주, 이 싱싱한 아침의 한 잎사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