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아침의 한 잎사귀

시인묵객 2014. 5. 27. 19:30

 

 

 

 

아침의 한 잎사귀 / 송 종 규

 

꽃을 줄 걸 그랬네, 별을 줄 걸 그랬네,

손가락 반지 바닷가 사진기 비행기 표,

 

너에게 못준 게 너무 많은

뜨거운 여름도 가고

낙타 사막 비단 길 안나푸루나 미니스커트 그리고 당신,

 

가지고 싶은 게

너무 많은 가을도 지나가네

오렌지를 줄 걸 그랬네, 바이올린을 줄 걸 그랬네,

 

순록의 뿔 구름의 둥근 허리 설산의 한나절,

그리고 고봉밥 아랫목 여객선 크레파스 세모난 창,

 

너에게 못준 게 너무 많은 아침의 호숫가에서

미루나무 두꺼운 페이지 속에서 말들이 튀밥처럼 싹을 틔울 때

 

나는 시리고 아픈 제목들을 받아서 적는 다네

손가락이 아프도록 쓰고 또 지운다네

 

너에게 주고 싶은 한 우주, 이 싱싱한 아침의 한 잎사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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