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눈의 시

시인묵객 2013. 12. 27. 19:30

 

 

 

 

눈의 시 / 김 남 조

 

 

눈은 축복의 흰 장미를 담고

내려 쌓이면 수정과

석고의 냄새가 난다

 

연한 못을 뽑아내고

눈발 속에 열어젖히는

정념(情念)의 문

 

매양 잊어 오면서

아련히 바래옴을 잊어 온 시간이

지금이라고

끄덕이며 눈 감고 섰거니

 

착잡하고 황홀한

불가사의로

밝혀진 대낮

은밀한 신비의 음악이면서

 

혼례 때 입은

구름 같은 옷자락을

닮은 눈을랑

여릿여릿 피어나는

불의 다홍으로

적셔 버리면

 

 

◇시인 김남조(金南祚, 1927~대구)

서울대사대 졸업. 숙명여대 교수 역임.

1950년 등단 후 지금까지 원로시인으로

많은 작품 활동 및 여러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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