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날 / 곽 재 구
겨우내 우리들은산을 털어
토끼를 몰고 개울 얼음을 깨
잠든 피리를 잡아 소주추렴을 하였다
곱은 손으로 성솔까지를 꺽어들고
숯막의 낮은 추녀와 쌓인 눈이
맞닿을 때까지 고함을 지르며
날카로운 얼음조각이 뒹구는 개울까에서
발에 동상이 드는 줄도 모르고
산 너머 너머를 바라보았다
마을의 겨울꿈들은 언제나
서편 하늘에 붉은 노을로 걸리고
그 겨우내 우리는 한 페이지의
새마을 잡지도 읽지 않았다
뱉어도 뱉어도 줄창 쏟아지는
하늘의 젖빛 가래
가짓대를 삶은 물에
동산이 든 손발을 적셔주면서
어머님은 낡은 옷고름에 눈물을 찍어올리고
감옥소에 갇힌 동생에게서도
소를 팔아 변호사를 사러 간 아버지에게서도
편지 한 통 눈발 속에 넘어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