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봄날의 편지 / 이 명 성
마음도 분별없이 자꾸 부풀어 오르네.
저리 봄꽃들은 한 철의 욕정을 참지 못하여
끊는 밥물처럼 자지러지며 피고지고
언덕 위의 따슨 바람은 시름없이 슬슬 불어와
둥둥 삐라처럼 노오란 꽃가루들을 흩날리고 있네.
이런 봄날 내 그리움의 온몸도 자꾸자꾸 가려워져
근질근질 봄꽃처럼 부풀어 오르네.
연분홍빛 꽃잎들이 분분히 피고 지던 꽃그늘 아래에서
두근거리며 너를 안던 젊은 한 때의 내 푸르름도
어쩌면 한 철 부풀고 마는 꽃이 아닐까마는
그래도 그대를 그리워하는 일 하나 만으로
뜻 모를 슬픔에 온밤을 지새우던 날들이 많았었다.
오호라 푸른 보리들도 한철 욕정으로 눕는 이 봄날
연분홍 그리움의 내 꽃밭의 꽃들은
일제히 고개를 들고
마음은 자꾸 빠알간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