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춘일

시인묵객 2013. 3. 29. 19:30

 

 

 

 

춘 일 / 조 정 권

 

벚꽃이 피면 온몸에 감겨오는 꽃내음이

햇살인 양 가늘게 나리는 언덕길에

그 햇살 눈망울 깊숙이 담으며 여기 오십시요

 

나 어린 이파리들의 조용한 수줍음으로 포장된

이 길을 따라 나와

하얀 맨발로 거닐어보지 않으렵니까

 

차분한 걸음으로 사붓사붓......

한 잎 꽃 이파리처럼 멀어져가는

언덕길 발자국마다 고이는 꿈을,

먼 후일 우리 돌아와 한 접시

촛불 밝히며 지새우지 않으렵니까.

 

마음의 모퉁이엔 흰 손수건 하나 -

이 봄 쓸쓸한 내 식탁에 한번 놀러오지 않으렵니까.

흰 구름 흘러가는 저 아래 지금 꽃길이 한창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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