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다시금 봄날에

시인묵객 2013. 3. 15. 19:30

 

 

 

 

다시금 봄날에 / 김 남 조

 

 

가랑잎 나의 영혼아

만국(晩菊) 한 송이

물오리처럼 목이 시린 조락의 뜰에

너 함께 나도 볼이 젖는다

 

그 전날

그 푸른 산바람

해설픈 초원에 뛰놀던

어른어른 눈 여린 고운 불수레 하며

멀리 메아리져서 돌아들 오던

그리운 노래 그리운 이름

 

펴며 겹치며 드높이 손짓하는

송이 송이 탐스런 떼구름들

네가 그들을

얼마나 가슴 바쳐 사랑했음인가를

내가 안다

 

지금은 땅에 떨어져

매운 돌부리에 찢기우는 너여

가랑비 보슬보슬 내림과 같고

소물 소물 살눈썹이 웃음과 같은

네 달가운 모든 것

 

오직

그들 호사스런 계절의

풍요한 아름다움 앞에 바친 푸른 찬가

헌신 이던 걸 내가 안다

 

그러나 지금은 가야지

지금은 눈감고 고이 가야지

지열이 돌아오는 어느 봄날에

다시금 어린아이처럼

손 흔들며 깨어나리라

 

찬 서리 소리도 없이 내리는 뜰에

핏줄기 얼음 어는

가랑잎 내 헐벗은 영혼아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 편지  (0) 2013.03.17
봄은 고양이로다  (0) 2013.03.16
모란이 피기까지는  (0) 2013.03.14
봄비  (0) 2013.03.13
  (0) 2013.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