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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에 가을에 타서

시인묵객 2008. 9. 6. 09:32
 



 



 
차 한잔에 가을에 타서

 


차 한 잔에

가을을 타서

마실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아직 향기 가시지 않은

은은함이어도 좋고

갈색빛 물든

쓸쓸한 빛깔이어도 좋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철들어 깊은 가을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가슴 속에 풍경화 하나 그리고 싶다.

 
 

 
 
차 한 잔에

가을을 타서 마실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맑은 아픔이 흐르는

잊혀진 시냇물의 이야기여도 좋고

지난 추억의 그림자 밟으며

함께 낙엽을 주어도 좋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떨어지는 낙엽 위에

그리움의 낙서를 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그리하여 맑게

내 영혼의 그림자 씻어

그 쓸쓸한 뒷모습을 씻어

투명한 가을하늘에

밝은 코스모스 한 자락 피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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