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시인묵객 2012. 12. 20. 19:30

 

 

 

북  /  김 영 랑

 

 

자네 소리하게 내 북을 잡지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엇모리 잦아지다 휘몰아보아

 

이렇게 숨결이 꼭 맞어사만 이룬 일이란

인생에 흔치 않아 어려운 일 시원한 일

 

소리를 떠나서야 북은 오직 가죽일 뿐

헛 때리면 만갑(萬甲)이도 숨을 고쳐 쉴 밖에

장단을 친다는 말이 모자라오

 

연창(演唱)을 살리는 반주쯤은 지나고

북은 오히려 컨닥타 ― 요

떠받는 명고(名鼓)인디 잔가락을 온통 잊으오

 

떡 궁! 동중정(動中靜)이요 소란 속에 고요 있어

인생이 가을같이 익어 가오

 

자네 소리하게 내 북을 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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