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낙엽의 열반

시인묵객 2012. 11. 2. 19:30

 

 

 

 

 

 

낙엽의 열반 / 차 옥 혜

 

 

 

겨울 숲길을 걸어가니

밟히고 밟혀 더 이상 부서질 것 없는 낙엽이

부드럽고 포근하게 내 발을 받쳐 준다.

 

낙엽은 으깨지고 으깨져야만

찢기고 찢겨야만

제 고향으로 제 뿌리에게로 가는가

 

제게로 돌아가는 길이

그렇게도 힘이 드는가

 

발을 옮길 때마다 낙엽이 밟힌다.

 

낙엽은 이미 오래 전

바스락 소리도 잊고 아픔도 잊은 듯

평화롭기만 하다.

 

고요하고 고요한 낙엽들이

스며들고 있구나

저만치 오고 있는 봄 속으로

 

 

(·시인,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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