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11월의 노래

시인묵객 2012. 11. 1. 19:30

 

 

 

 

 

11월의 노래 / 김 용 택

 

 

해 넘어가면 당신이

더 그리워 집니다

잎을 떨구며 피를 말리며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이 그리워 마을 앞에 나와

산그늘 내린 동구길 하염없이 바라보다

산그늘도 가버린 강물을 건넙니다

 

내 키를 넘는 마른 풀밭들을 헤치고

강을 건너 강가에 앉아

헌옷에 붙은 풀씨들을 떼어내며

당신 그리워 눈물 납니다

 

못 견디겠어요

아무도 닿지 못할 세상의 외로움이

마른 풀잎 끝처럼 뼈에 스칩니다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에게 가 닿고 싶은

내 마음은 저문 강물처럼 바삐 흐르지만

나는 물 가버린 물소리처럼 허망하게

빈산에 남아 억새꽃만 허옇게 흔듭니다

 

해 지고 가을은 가고 당신도 가지만

서리 녹던 내 마음의 당신 자리는

식지 않고 김납니다.

 

 

(·시인,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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