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과원에서 / 김 행 숙
언제쯤 단맛이 들까
나도 모르게 말하고 생각하는
세상읽기
한 알의 설익은 과일로 떨어져
풋내 나는 신맛만 잔뜩 들었네
모양새만 번듯하면
그게 바로 속임수 아닐까
찬 서리 내린 새벽 풀 섶
구절초 작은 꽃잎에 매달린
가난한 꿈에 마음 줄 수 있다면
어둠 저쪽 투시하는 깊은 눈 트여
내 안에 불그레한 햇살 한 줌 고인다면
나 기꺼이 두 팔 벌려
싸늘한 햇살 아래 서 있겠네
여기 무작정 서 있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