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가을 과원에서

시인묵객 2012. 9. 12. 19:30

 

 

 

가을 과원에서 / 김 행 숙

 

 

언제쯤 단맛이 들까

나도 모르게 말하고 생각하는

세상읽기

 

한 알의 설익은 과일로 떨어져

풋내 나는 신맛만 잔뜩 들었네

 

모양새만 번듯하면

그게 바로 속임수 아닐까

 

찬 서리 내린 새벽 풀 섶

구절초 작은 꽃잎에 매달린

가난한 꿈에 마음 줄 수 있다면

 

어둠 저쪽 투시하는 깊은 눈 트여

내 안에 불그레한 햇살 한 줌 고인다면

 

나 기꺼이 두 팔 벌려

싸늘한 햇살 아래 서 있겠네

 

여기 무작정 서 있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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