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고풍 의상

시인묵객 2012. 9. 11. 19:30

 

 

 

 

고 풍 의 상 / 조 지 훈

 

 

 

하늘로 날을 듯이 길게 뽑은 부연(附椽) 끝 풍경이 운다

 

처마 끝 곱게 늘이운 주렴에 반월(半月)이 숨어

아른아른 봄밤이 두견(杜鵑)이 소리처럼 깊어 가는 밤

 

곱아라 고와라 진정 아름다운 지고

파르란 구슬빛 바탕에

자주 빛 호장을 받친 회장저고리

회장저고리 하얀 동정이 환하니 밝도 소이다.

 

살살이 퍼져 나린 고은 선이

스스로 돌아 곡선을 이루는 곳

열두 폭 기인 치마가 사르르 물결을 친다.

 

치마 끝에 곱게 감춘 운혜(雲鞋), 당혜(唐鞋)

발자취 소리도 없이 대청을 건너 살며시 문을 열고

그대는 어느 나라의 고전(古典)을 말하는 한마리 호접(胡蝶)

호접인 양 사풋이 춤을 추라 아미(蛾眉)를 숙이고.....

 

나는 이 밤에 옛날에 살아

눈감고 거문고 줄 골라 보리니

가는 버들인 양 가락에 맞추어

흰 손을 흔들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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