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늘 / 박 인 걸
깊음의 한계는
측정계기로 불가능하고
결백청정 함은
수정보다 더 맑다.
행성(行星)을 밀어 넣어도
공간을 못 채우고
난운(亂雲)이 덧칠해도
한 조각 헝겊이다.
양심이 어두운 자에게
눈을 못 들게 하고
예리한 눈초리 앞에
고개를 숙이게 해도
유리 바다보다 더 선명한
친모 자궁만큼 고요한
무한한 평화가 있어
나 돌아가 쉬고 싶어라.
밤이면 흐르는 은하
미명(未明)의 성형(星影)들
하늘 깃으로 덮어
소란스러움을 잠재우고
날마다 커튼을 열어
희망을 쏟아 붓는
신비한 궁창(穹蒼)이여!
나 하늘을 우러러
오늘도 흔들림이 없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