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연가 / 김 설 하
너 피었던 길
햇살이 담금질했던 들녘에
향기로운 시절 쓸쓸히 흔들려서
저미도록 아픈 이름 매달고
떨어트린 그리움 한 조각
씨앗하나 키워 보듬었을라
짙어지기만 했었던 날이
환하게 웃었던 날이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지우고
가장 어두운 배경이 되어야한다면
그리워할 수 없는 추억은 아닐까 몰라
시절은 또 하나의 나이테를 둘러놓고
뒷모습 쓸쓸한 이별이 저만치가도
우리 살아가는 날 수많은 인연 중에
꽃이었던 날이 있었듯
다시 짙어지는 날 있을지 몰라
꽃불 켰던 마음 어둠이 내리면
고독한 그림자 가슴에 묻고
네 입술로 적신 꽃잎 마르기전에
눈물이 마르면 그리움도 말라
나를 잊지 마세요라고
문패하나 너 앉았던 자리 걸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