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폐교에서 출석을 부르다

시인묵객 2011. 12. 16. 19:30

 

 

 

 

 

폐교에서 출석을 부르다 / 유 현 서

 

 

저요, 저요!

망초 꽃이 먼저 손을 든다

 

축구공이 튀어 오르고

얼굴 없는 발들이 풀 먼지를 일으킨다

 

누군가 손만 내밀어 종을 친다

종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하이디, 라고 쓴 손가락 뒤로

몽당분필이 한 번 더 부러진다.

 

산안개가 몰려온다.

학교 명패를 입에 문 교문이

서서히 잠긴다

 

뒷산 소쩍새가 내려다본다.

알프스에 오르기 위하여

풍금의 폐달을 세게 밟는다

 

폐부 깊숙히 바람이 샌다

누가 들어 왔는지

 

저요, 저요!

꼭지 떨어진 수돗물 소리만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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