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향의 설날 / 이 현 정
청솔 가지에 박힌 햇살이 힘있게 돌아서는 시각
새로 바른 창호지 문살에 향 내음 돋아난다
삼가 문을 여닫는 단아한 아침
어른께 세배 올리고
손위, 아래 갖추어 큰 절로 맞물리면
한 집에 묵었어도 새로 본 듯
새로 만난 사이도 해묵은 듯
덕담은 한 해의 힘줄로 불거진다
세배꾼 들기 전에 재롱둥이 줄 잇고
고까옷 자락에 세뱃돈 후히 내려
꼬마 입 함빡 베어 문 추위가 추운 줄도 모른다
널뛰랴 윳놀이 하랴
약간은 엄숙하고 알맞게 긴장하여
이웃을 밝히는 새해 인사말이 한 동안 앞서 갈테지
"복조리 사려"
새벽을 열던 소리 사라졌어도
흙 속에 젖줄 닿은 정신이 숨 쉬어
설 날 우리의 안 방이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