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고향의 설날

시인묵객 2008. 2. 8. 00:32


 

 

 

 

 

 

 

고향의 설날  /  이 현 정


 

 

 

 

청솔 가지에 박힌 햇살이 힘있게 돌아서는 시각
새로 바른 창호지 문살에 향 내음 돋아난다

 

삼가 문을 여닫는 단아한 아침
어른께 세배 올리고
손위, 아래 갖추어 큰 절로 맞물리면

 

한 집에 묵었어도 새로 본 듯
새로 만난 사이도 해묵은 듯
덕담은 한 해의 힘줄로 불거진다

 

세배꾼 들기 전에 재롱둥이 줄 잇고
고까옷 자락에 세뱃돈 후히 내려
꼬마 입 함빡 베어 문 추위가 추운 줄도 모른다

 

널뛰랴 윳놀이 하랴
약간은 엄숙하고 알맞게 긴장하여
이웃을 밝히는 새해 인사말이 한 동안 앞서 갈테지

 

"복조리 사려"
새벽을 열던 소리 사라졌어도
흙 속에 젖줄 닿은 정신이 숨 쉬어
설 날 우리의 안 방이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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