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노을 시편

시인묵객 2011. 3. 20. 20:01




 

 

 

 

 

 

 

노을 시편   / 천 양 희

 

 

 

 

 

 

강 끝에 서서 서쪽으로 드는 노을을 봅니다

노을을 보는 건 참 오래된 일입니다

오래되어도 썩지 않는 것은 하늘입니다

 

하늘이 붉어질 때

두고 간 시들이 생각났습니다

 

피로 써라 그러면......

생각은 새떼처럼 떠오르고

나는 아무것도

쓸 수 없어 마른풀 몇 개를 분질렀습니다

 

피가 곧 정신이니......

노을이 피로 쓴 시 같아

노을 두어 편 빌려 머리에서 가슴까지

길게 썼습니다

 

길다고 다 길이겠습니까

그 때 하늘이 더 붉어졌습니다

피로 쓴 것만을 사랑하라......

내 속으로 노을 뒤편이 드나들었습니다

기 위해 써버린 많은 글자들 이름들

붉게 물듭니다

노을을 보는 건 참 오래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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