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들 꽃

시인묵객 2011. 3. 22. 20:09


 

 

 

 

 

 

 

 

들 꽃   /    안 백 수

 

 

 

 

 

하루해 살이 들풀이라

이름 없다 놀리지 마셔요

하늘의 섭리 따라

뜨거운 눈물 받아 내며

지금의 자리 떠나지 않아요

 

바람에 제멋대로

춤을 춘다 욕하지 마셔요

수줍은 꽃봉오리

벌 나비 유혹하는 향이라도

함부로 퍼뜨리지 않아요

 

먼 길 돌아오신다는 임

저만치 앉아 흐느낄 때

참았던 향기 가득 실어

들썩이는 어깨너머로

그때야 내려 놓겠습니다

 

여름 지나 찬 바람 일면

헤진 녹색 치마 닳아 없어져도

행복한 미소만 지을 거예요

진실로 임을 만나

흐르는 눈물 때문에 볼 수 없을까 봐요

 

아! 그러나 기어이 아니 오신다 해도

염려하지 않을게요

맨몸으로 쓰러질 운명이라도

무서리에 수의를 거치고

다음 생을 위한 꽃씨만은 놓고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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