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 꽃 / 안 백 수
하루해 살이 들풀이라
이름 없다 놀리지 마셔요
하늘의 섭리 따라
뜨거운 눈물 받아 내며
지금의 자리 떠나지 않아요
바람에 제멋대로
춤을 춘다 욕하지 마셔요
수줍은 꽃봉오리
벌 나비 유혹하는 향이라도
함부로 퍼뜨리지 않아요
먼 길 돌아오신다는 임
저만치 앉아 흐느낄 때
참았던 향기 가득 실어
들썩이는 어깨너머로
그때야 내려 놓겠습니다
여름 지나 찬 바람 일면
헤진 녹색 치마 닳아 없어져도
행복한 미소만 지을 거예요
진실로 임을 만나
흐르는 눈물 때문에 볼 수 없을까 봐요
아! 그러나 기어이 아니 오신다 해도
염려하지 않을게요
맨몸으로 쓰러질 운명이라도
무서리에 수의를 거치고
다음 생을 위한 꽃씨만은 놓고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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