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봄 / 김 용 택
아, 봄아
봄은 쉽게도 왔구나.
강물이 실어다가 빠진데 없이 나누어 준 봄을
쉽게 받아들고
꽃들을 피워 이고
벌과 나비를 부르는구나.
이 세상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있겠냐만
이 땅에서, 사람이 사람으로 살려는 것처럼
어려운 일 또 어디 있겠느냐.
산은 밤마다 강으로 소리 없이 넘어져
가만가만 몸을 씻고 일어서라.
논밭들은
가만히 누워서 곡식들을 키우고
달은 물결도 없이 강 건너와 지더라.
우리들의 봄은
온 몸에 피 흘려 꽃피워도
캄캄한 밤 캄캄하게
소쩍새 소리로 애 터지게
왼 산을 헤메며
피 빛 진달래로 피었다
피 빛으로 지는구나.
아, 봄아
봄은 쉽게 왔건만
봄맞이 임 맞이 나갈 사람들의 마음은
이리 추워 문 열 수 없구나.
사람들의 봄은
올해에도 홀로 지는 꽃처럼 쓸쓸하고
흙바람으로 숨이 턱턱 막히는구나.
쉽게 살 일인데
묵은 두엄 져
여기저기 뿌리는 우리 어매 손길같이
밭 갈아가는 아버지 쟁기 날같이
쉬울 일이 아니더냐 세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