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쉬운 봄

시인묵객 2011. 2. 27. 20:44



 

 

 

 

 

 

 

 

쉬운 봄    /   김 용 택

 

 

 

 

아, 봄아

봄은 쉽게도 왔구나.

 

강물이 실어다가 빠진데 없이 나누어 준 봄을

쉽게 받아들고

꽃들을 피워 이고

벌과 나비를 부르는구나.

 

이 세상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있겠냐만

이 땅에서, 사람이 사람으로 살려는 것처럼

어려운 일 또 어디 있겠느냐.

산은 밤마다 강으로 소리 없이 넘어져

가만가만 몸을 씻고 일어서라.

 

논밭들은

가만히 누워서 곡식들을 키우고

달은 물결도 없이 강 건너와 지더라.

 

우리들의 봄은

온 몸에 피 흘려 꽃피워도

캄캄한 밤 캄캄하게

소쩍새 소리로 애 터지게

왼 산을 헤메며

피 빛 진달래로 피었다

피 빛으로 지는구나.

 

아, 봄아

봄은 쉽게 왔건만

봄맞이 임 맞이 나갈 사람들의 마음은

이리 추워 문 열 수 없구나.

 

사람들의 봄은

올해에도 홀로 지는 꽃처럼 쓸쓸하고

흙바람으로 숨이 턱턱 막히는구나.

 

쉽게 살 일인데

묵은 두엄 져

여기저기 뿌리는 우리 어매 손길같이

밭 갈아가는 아버지 쟁기 날같이

쉬울 일이 아니더냐 세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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