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눈 내리는 길

시인묵객 2011. 1. 16. 14:25


 

 

 

 

 

눈 내리는 길 / 도 종 환

 

 

 

 

 

당신이 없다면 별도 흐린 이 밤을

내 어이 홀로 갑니까.

눈보라가 지나다가 멈추고 다시 달려드는 이 길을

당신이 없다면 내 어찌 홀로 갑니까.

 

가야 할 아득히 먼 길 앞에 서서

발끝부터 번져오는 기진한 육신을 끌고

유리알처럼 미끄러운 이 길을 걷다가 지쳐 쓰러져도

당신과 함께라면 이 세상 끝까지 가기로 한

이 길을 함께 가지 않으면 어이 갑니까.

 

스쳐지나가는 많은 사람 중에

당신이 함께 있어서 내가 갑니다.

치는 눈보라 속에서도 당신이 그 눈발을 벗겨주어

눈물이 소금이 되어 다시는 얼어붙지 않는 이 길

당신과 함께라면 빗줄기와도 가는 길

 

이 세상 구석구석에서 혼미하여 뒹굴다가도

머리칼에 붙은 눈싸락만도 못한 것들 툭툭 털어버리고

당신이 함께 있으므로 오늘 이렇게 갑니다.

 

눈보라 치다가 그치고 다시 퍼붓는 이 길을

당신이 있어서 지금은 홀로도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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